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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42> 측정과 해석 ③

kipacti 2008. 5. 3. 00:15

  다음 그림 1은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cat)라고 부르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는 상자 A가 있습니다. 상자 속에는 몇 가지 장치가 되어 있는데 먼저 기계 손 B가 잡고 있는 것이 방사성 물질입니다. 이것이 붕괴하면 알파 알갱이 따위를 내비칩니다. 한 시간 동안 이 물질을 이루는 원자가 깨어져서 알파 알갱이를 내비칠 확률이 1/2, 곧 50% 라고 합시다. 원자가 붕괴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양자역학적으로 결정되니까 한 시간 뒤 원자의 상태는 붕괴한 상태와 붕괴하지 않은 상태, 두 가지의 포개진 상태에 있을 것입니다.

 

 

  일단 측정을 하면 붕괴했거나 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의 결과를 얻겠지만, 측정하기 전에는 두 가지가 포개진 상태에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어느 한 상태에 있는데 단지 측정하지 않아서 모르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가 포개진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붕괴해서 알파 알갱이가 나온다면 이를 가이거 계수기(Geiger counter) C가 검출합니다. 그러면 기계 장치 D가 움직이고 망치를 내리쳐서 유리병 E를 깨게 됩니다. 유리병 안에는 독가스가 들어있지요. 그래서 초조하게 불안에 떨고 있는 고양이 F가 죽게 됩니다. 원자가 붕괴하지 않았다면 물론 고양이는 살아 있지요.

 

  이러한 장치에서 한 시간 후에 원자는 붕괴한 상태와 붕괴하지 않은 상태의 두 가지가 포개진 상태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고양이도 당연히 살아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포개진 상태에 있겠네요. 물론 상자를 열어서 고양이를 보면, 즉 고양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측정하면 그 순간에 고양이의 상태는 고유상태로 바뀝니다. 살았거나 죽었거나 두 가지 고유상태 중의 하나로 바뀌는 거지요.

 

  이같이 고양이의 생사를 측정하면 살았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한 가지의 결과를 얻습니다. 그렇지만 측정하기 전에는, 곧 상자를 열어 보기 전에는 고양이는 산 상태와 죽은 상태 중 하나로 결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가 포개진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그림 2에 이를 장난스럽게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산 상태와 죽은 상태가 포개져 있는 상태라는 것이 말이 되나요? 이러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우리가 감각기관으로 경험하는 세계, 이른바 매우 많은수의 원자나 분자로 이루어진 거시계에 양자역학을 적용하는 경우 측정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해석의 문제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고양이가 가이거 계수기를 보면서 바늘이 움직이는지 확인한다고 할까요. 말하자면 고양이도 측정을 한다고 생각합시다. 그러면 원자의 상태는 붕괴하거나 안하거나 두 고유상태 중 하나로 있게 되고, 고양이도 거기에 따라서 죽거나 살거나 두 고유상태 중 하나에 있게 되지요. 포개진 상태에 있지 않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측정을 하니까 원자의 상태는 어느 한 고유상태로 환원되고 이에 따라 고양이도 한 가지로 명확한 상태가 됩니다. 포개진 상태라는 이상한 것이 생기지 않지요.

 

  여기서 의문은 고양이가 쳐다봐도 측정이 되느냐 아니면 꼭 사람이 봐야 되는 것이냐 입니다. 고양이로는 잘 모르겠다면 고양이 대신 사람이 들어가서 쳐다보면 분명히 측정하는 것일 테니까 원자는 붕괴하거나 안하거나 고유상태로 결정이 되겠네요. 그렇겠죠? 그런데 자기가 들어가기는 싫잖아요? 그래서 대신에 친구를 집어넣자고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은 위그너(Eugene P. Wigner)이므로 이를 위그너의 친구(Wigner's friend)라고 부릅니다. 위그너 같은 사람은 친구로 사귀지 않는 편이 좋겠네요.

 

  아무튼 사람이 상자에 들어가서 본다면 원자는 붕괴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에 하나로 결정될 터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사람, 곧 위그너 친구의 상태함수는 어떻게 되느냐는 것입니다. 친구의 상태함수도 또 다른 사람이 봐줘야, 곧 측정해야 고유상태로 환원되지 않겠어요? 열어보기 전에는 이 친구의 상태는 아무도 측정을 안 해줬으니까 역시 포개진 상태라고 주장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누군가, 예컨대 위그너가 이 친구를 관측한다고 합시다. 그러면 위그너의 상태는 누가 또 측정을 해서 고유상태로 환원시킬까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하면 어디까지 가겠어요? 극단적으로 우주 전체의 상태는 누가 환원시킬 수 있겠습니까? 이뿐만 아니라 고양이가 본 것으로는 측정이 안 되고 사람이 꼭 봐야 되느냐? 아니면 고양이가 봐도 되느냐? 고양이로 부족하면 원숭이쯤 보면 되느냐? 또는 반대로 고양이까지도 필요 없고 개구리, 또는 가이거 계수기 같은 기계 장치만 있으면 측정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까? 기계 장치가 작동하는데 사람이든 고양이든 보지 않는다고 달라지겠어요?

 

  결국 문제는 도대체 측정이란 무엇이냐 입니다. 측정을 하면 그 순간 상태함수가 바뀐다, 이른바 고유함수로 환원된다고 했는데 과연 언제 바뀌는 것이냐? 언제 측정했다고 볼 수 있는가? 어떠한 요소가 있어야 측정이라고 할 수 있는가? 여러 가지 문제가 끊임없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양자역학에서 해석의 문제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최무영/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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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양자역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이상하게 느낀 점이다. 도대체 측정이란게 뭔데?? 양자역학은 세상을 이분법으로 다루고 있다. 측정되기 전과 측정된 후로.. 하지만, 어떤것이 측정인지는 명확히 하고 있지 않다. 측정인지 아닌지 위에처럼 불명확해질 때가 있는데.. 어떻게 다루라는 말을 양자역학을 배우면서 본적이 없다.

  특히나 entanglement, EPR 까지 같이 생각하면, 정말 아리송해진다.

  여기도 결론이 없어서 찜찜하긴 하지만... 이래서 아직도 "Nobody understands Quantum Mechanics."라는 말이 있는걸지도...

  출처 :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80429123614&s_menu=문화